『마이크로타이포그래피』 역자후기 중에서

우리는 좋은 타이포그래피란 가독성을 위한 것이라는 빈약한 답변에 보다 그럴듯하고 뿌듯한 답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좋은 타이포그래피란 아름다운 것으로 이미 충분할 수 있다는 답 말이다 (김형진, 77).
정말이다. 나는 좋은 타이포그래피의 최종적인 목적은 가독성이 아닌 아름다움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우아함, 쾌활함, 고요함 등의 짧은 형용사를 포함한다. 심지어 좋은 타이포그래피는 성적 긴장감을 지닐 수도 있다. 가독성이란 이 가치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말이 터무니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김형진 77).
포스트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는 완전히 망했다. 심지어 대학 졸업 전시에서조차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건 포스트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가 지금 우리의 눈에 무척이나 촌스러워보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 탓이 아니다. 스위스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재평가 또한 타이포그래피는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태도에 온전히 동의해서라기보다는 그것들이 지금의 눈에 퍽 ‘쿨’해 보이기 때문이다(나는 당대의 스위스 타이포그래퍼들 또한 기능성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닌 그 형식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를 택한 것이라고 믿는다) (김형진 78).

요스트 호훌리, 김형진 옮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역자 후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