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퍼블리싱에 관하여

수업에 앞서 딱히 반증할 근거가 없는 나만의 개똥철학을 제시하자면 그것은 요새 우리가 대부분의 주요한 통찰 내지는 정보를 얻는 콘텐츠는 이미지 한두 장과 3 - 4개 내외의 문단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분량은 매우 단순해서 거기에 어떤 화려한 시각적 장치를 끼워넣기엔 애매하다. 다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본문의 타이포그래피에 신경쓰고 적절한 이미지를 추가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이다.

예제 - 휘슬러에 대한 단상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글자와 이미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검색엔진이 이 페이지를 인식하고 수집하여 다른 독자들의 검색에 걸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표준을 따라야 하고 그래서 HTML5가 필요하다. HTML5는 Header, Nav, Main, Article, Figure, Footer와 같은 매우 구체적인 의미의 태그를 사용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요소들은 HTML3, 4와 동일하더라도 그를 인식하는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끝이라면 참 좋겠지만, 사이트의 요약이나 대표 이미지, 사이트맵과 같은 정보들을 소스에 함께 넣어주어야 한다(심지어는 이 사이트의 내용을 수집하는 것을 허락하는 파일도 별도로 추가된다). 이제 공유(share)—이것은 퍼블리싱의 또 다른 표현이다—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으며, 이것이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배우는 내용이 될 것이다.

‘퍼블리싱(publishing)’의 어원을 ‘퍼블릭(public)’에서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퍼블리싱’ 교과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그것을 과연 어떻게 대중에 공개할 것이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인터넷’이라는 무료로 제공되는 마술봉이 있고 사람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해 콘텐츠를 읽는다. 첫째는 지하철에서 심심풀이로 네이버 모바일을 기웃거리다가 ‘어 이거 좀 재밌겠네’하며 제목이나 썸네일에 낚이는 방식이고 두번째는 무엇인가가 필요해서 손가락을 조금 꼼지락거려 키워드 검색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읽는 방식이다. 후자가 조금은 더 진지한 상황이며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한 0.5%?). 어쨌거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게으르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수백명의 내노라하는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로직을 보자. 그냥 아무것도 안했는데 볼만한 것들만 쏙쏙 올라오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대부분의 대학 수업에서 무료로 생산되는 훌륭한 콘텐츠들이 퍼블리싱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 왜 굳이 그것을 퍼블리싱해야 하냐고? 왜 다양한 브랜드에서 신상품이 나올때마다 쓰레기 같은 기사들을 쏟아내는지 생각해보자. 기사는 곧 광고다. 광고는 구매로 연결된다. 아무런 뉴스거리가 없으면 홍보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대중들은 더이상 고상한 사진 한 장에 브랜드 로고만 딸랑 올려놨다고 그것을 ‘쿨’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점차 브랜드의 환상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가성비를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다. 말인 즉슨, 사람들을 디자인으로 ‘유혹’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다는 말이다.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언어’다. 그들이 검색하는 그 단어가 당신의 콘텐츠에 포함되어 있고,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 엔진이 당신의 콘텐츠에 포함된 언어들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면, 거기에서 ‘디지털 퍼블리싱’이 시작된다.

퍼블리싱을 하면 누군가 그 기사를 보게 되고, 그 매체에 잠시 머무른다. 그 시간동안 다른 관련 정보나 상품을 노출할 수 있고 거기서 ‘구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여러분의 기사에 사람들이 검색할 만한 ‘최순실’과 같은 시의적인 혹은 ‘결혼 준비’와 일반적인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고 기사의 내용이 얼마간 유익하다면 우선 절반은 합격이다. 모바일 네이버에서 제목만 보고 2-3번 내외의 터치로 접근하게 되는 블로그의 글들이 얼마가 부실한지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여기서 ‘네이버’는 어떤 거대 콘텐츠 포털의 대명사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네이버를 비난하거나 힐난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가장 단순한 방법은 네이버 블로그에 준비한 글을 올리는 것이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공짜로 소중한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헌납해야 하며, 그 글을 통해 몰려든 고객들이 우리의 다른 상품을 살펴보고 구입할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최소한의 ‘타이포그래피’마저 희생해야 한다. 네이버에서 ‘스포카 한 산스’와 같은 훌륭한 오픈소스 웹폰트를 사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발 콘텐츠를 바로 플랫폼에 헌납하지 말고, 여러분의 사이트에 먼저 퍼블리싱한 뒤 SNS를 통해 퍼뜨려라. 그래서 사람들이 연어들 마냥 여러분의 사이트로 회귀하게 만들고 상품을 팔아라. 이러한 과정에서 얼마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사이트를 감히 어떻게 만드냐고? 물론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코딩의 내용 자체는 코딩을 위해 에디터를 설치하고 호스팅의 계정과 에디터를 ftp를 통해 연결하는 과정에 비해서는 훨씬 쉽다. 물론 이러한 과정들은 워드프레스 설치 정도의 난도를 요구한다.

글이 3-4개 내외로 있는데 워드프레스를 설치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워드프레스를 설치하고, 워드프레스의 관리자모드에서 카테고리를 관리하고 글을 작성하는 방법을 익힐 시간에 충분히 3-4개 내외의 콘텐츠는 코딩을 배워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워드프레스 사이트에서 한글과 영문의 베이스라인이 달라 미묘하게 발생하는 3~4px 내외의 오차를 하루 이틀 보다보면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어지는데, 뜯어보면 모듈화 및 치환자가 셀 수 없이 많아서 손대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토종 게시판인 그누보드를 추천한다. 요는 굳이 DB를 다루는 그런 CMS툴을 굳이 콘텐츠도 부실한 상황에서 우겨넣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수많은 ‘무료’들 뒤에 감추어진 ‘마케팅’이라는 음흉한 원리를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어떤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다. 어떠한 상황이든 상품을 팔기 위해 재미있는 무료 콘텐츠를 생산하고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으로 퍼블리싱해야 하는 것은 적어도 2017년 현재는 숙명이 되어버렸다.